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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기업 실적발표 화두는 ‘관세’

파이낸셜뉴스 2025.02.06 03:30 댓글 0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에 사로잡혀 있던 월스트리트의 기업 실적 발표 화두가 4년 만에 '관세'로 이동하고 있다. AI가 여전히 주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이기는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강행하면서 관세 충격이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투자자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로이터 합
인공지능(AI)에 사로잡혀 있던 월스트리트의 기업 실적 발표 화두가 4년 만에 '관세'로 이동하고 있다. AI가 여전히 주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이기는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강행하면서 관세 충격이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투자자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로이터 합



월스트리트가 이번 4분기 미국 기업실적 시즌 화두를 ‘관세’로 잡았다.

인공지능(AI)과 관련 투자가 여전히 주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인 것은 맞지만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관세전쟁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팩트세트 분석을 인용해 지금까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편입 기업 가운데 200여 업체가 최소 한 번은 ‘관세’를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2017~2021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는 관세가 자주 언급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25% 관세를 한 달 유예하기로 했지만 중국에는 10% 추가 관세를 강행했다.

또 유럽에 ‘반드시’ 관세를 물리겠다고 다짐하는 등 동맹, 적성국 가리지 않고 관세 전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낚시, 캠핑, 다이빙 장비 업체 존슨 아웃도어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데이비드 존슨은 3일 트럼프가 캐나다와 멕시코 관세 한 달 유예로 방향을 틀기 전 실적 발표에서 관세를 크게 우려했다.

존슨은 “중국과도 사업하고, 멕시코, 캐나다와도 사업을 한다”면서 “(관세 충격을) 줄이는 데 전략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가 한 달 유예됐지만 멕시코와 캐나다 관세는 언제라도 실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미 기업들의 실적을 좌우할 핵심 변수다.

미국 수출 1~3위가 멕시코, 중국, 캐나다 3개국이다.

이 북미 자유무역지대는 자동차, 가전제품, 농산물 교역으로 서로 끈끈하게 얽혀 있다.





육류 가공 포장 업체 타이슨푸즈의 도니 킹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에서 미국이 관세를 물리고, 멕시코가 이에 보복해 자사 돼지고기에 관세를 물릴 경우를 대비해 ‘대응 계획’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이 멕시코에 수출한 돼지고기는 100만t이 넘었다.

킹 CEO는 이어 멕시코가 돼지고기에 보복할지, 아니면 닭고기에 보복할지 알 수 없다면서 무엇이 됐건 다른 시장으로 수출 물량을 우회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기업들이 수출 우회로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스키 조니워커로 유명한 주류업체 디아지오는 3월 캐나다와 멕시코 관세 부과를 상정해 계산을 마쳤지만 답이 없다.

이 경우 오는 6월 마감하는 2025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2억달러(약 2800억원) 사라질 것으로 추산됐다.





수입 업체들의 사정은 또 다르다. 수입 가격이 오르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과 멕시코를 비롯해 해외 공장을 거느리고 있는 장난감 업체 마텔은 4일 실적 발표에서 관세가 매겨지면 미국내 판매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자동차 산업도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자동차 부품은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북미 3개국이 거대한 산업단지로 구성돼 있다. 가공 과정에서 국경을 여러 차례 넘나드는 터라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완성차 가격 상승을 피할 수 없다. 미국에서 완성차를 조립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 에너지 부문에도 불똥이 튀었다.

미 재생가능 에너지 부분은 지난 수년 미 투자를 대대적으로 확충했지만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다.

비용이 낮은 곳에서 생산하면 모두에게 유리하다는 국제 분업에 따라 관련 장비와 부품을 중국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이 분야에서 전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폴리실리콘, 웨이퍼, 잉곳(주괴) 등 태양광 패널에 들어가는 부품이나 소재 70% 이상이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또 음극, 양극, 전해액 등 배터리 소재는 60% 이상을 중국이 만든다.

재생가능 에너지 업계는 이들 부품이나 소재에 관세가 매겨지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3700억달러 지원도 끊기면 관련 장비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에서 태앙광 부품을 수입해 미네소타 공장에서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헬린의 마틴 포치타룩 CEO는 “이때문에 회사가 망하지는 않겠지만 일자리 창출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관세로 미국에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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