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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호갱'인 걸 알려줬다"… 'SKT 해킹'이 가져온 아이러니

파이낸셜뉴스 2025.04.30 15:39 댓글 0

유심보호서비스 가입하려다 들여다본 어머니 휴대전화
쓰지도 않는 서비스에 가입… 매월 4만여원 결제 확인
유심보호서비스, 기존에도 SKT 무료 제공하던 서비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파이낸셜뉴스] 'SK텔레콤 유심 해킹'이라는 최악의 사고는 통신 서비스를 이용해 온 가입자들이 자신의 통신 서비스 사용 실태를 살펴보는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의 '유심보호서비스'를 가입하는 과정에서 자신이나 가족이 유료 서비스에 가입돼 비용을 지불해 온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또 '유심 교체'만큼효과가 있다고 강조한 유심보호서비스는 이미 부가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었지만, '돈이 되지 않는 무료 서비스'라 대리점에서 영업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엔 사진과 함께 ‘SKT 해킹 사태 의외의 순기능’이란 제목의 글이 확산됐다.

해당 게시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글을 캡처한 것이었다.

캡처된 사진 속 작성자는 “SKT 유심 사건 때문에 나도, 엄마도 ‘유심보호서비스’ 가입해야겠다 싶어서 그간 한 번도 접속 안 해 본 엄마의 티월드(T World)에 들어가 봤다”는 말로 시작했다.

그러면서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전 문득 엄마가 유료 부가 서비스 가입하신 게 있나 싶어서 확인해 봤다가 진짜 순간 어이가 없었다”며 “엄마가 단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온갖 유료 부가 서비스들이 잔뜩 가입돼 있었다. 도대체 언제 가입했는지도 모르겠는데, 아마 기억도 못할 언젠가 휴대전화 개통 당시였을 것”이라고 했다.

작성자는 또 “써본 적도 없는 부가 서비스들은 월에 4만원 이상 나가고 있었다”며 “진작 엄마 휴대전화 부가 서비스 가입 목록 좀 확인해 드릴 걸 속상했다가 이제라도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작성자 어머니의 휴대전화 화면 속 부가 서비스는 16개였고 여기에 나가는 총액은 4만3684원이었다. 서비스 중엔 매원 1만1000원씩 나가는 것도 있었다.

개통 당시 통신사 매장 직원이 유료 서비스 가입을 유도한 경우도 있었지만,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으면서 본인 인증하는 과정에서 '확인'을 눌러 유료 서비스를 신청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유로 서비스에 가입하는 경우는 스마트폰 등에 익숙치 않은 중장년층에서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게시글을 본 네티즌들 중에서도 “엄마 휴대전화 유심 인증해 드리다가 부가 서비스 확인해보니 차도 없는데 블랙박스 관련 4000원짜리 부가 서비스가 가입돼 있더라”거나 "멋 모르고 동의하다 유료 서비스 쉽게 가입된다. 대리점에서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님이 앱 다운받다가, 본인 인증하다가 뭔지 모르고 ‘확인’ 눌러서 유료 서비스 가입되는 경우도 있더라”는 등 주로 자신의 부모가 경험한 내용을 공유했다.


30일 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인증 대리점에 유심 재고 소진과 유심보호 서비스 가입 안내문이 동시에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인증 대리점에 유심 재고 소진과 유심보호 서비스 가입 안내문이 동시에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CEO)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YTN 등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끊임없이 강조한 건 '유심 보호 서비스'다.

이 자리에서 유 대표는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의장은 유심을 교체하지 않았다"거나 "(자신도) 교체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유심 보호 서비스를 내세웠다.

지난 18일 해킹 사고가 발생한 뒤 SK텔레콤이 가입자들에게 가장 먼저 권한 것도 해당 서비스 가입이었다.

유심보호서비스는 SK텔레콤이 지난 2022년부터 고객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차원에서 도입한 ‘비정상 인증 시도 차단 시스템'인 FDS 중 하나다. FDS는 불법 유심 복제나 비정상 인증 시도가 감지되면 바로 차단하는 일종의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SKT는 해킹 사고 후 모니터링 수위를 높였다. 가령 휴대전화의 전원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 불법 유심 기변 시도가 감지될 경우 빠르게 차단하기 위해 감지 횟수를 절반 이상 줄였다.

경쟁사인 KT 관계자는 "FDS라는 이름은 아니지만, 유사한 시스템이 있다"면서 "각 이동통신사마다 불법 상황을 감지하기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이 같은 시스템을 갖추고도 가입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들은 유심을 보호하는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가입을 권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통신 전문가는 "해당 서비스를 가입하면 해외로 나갈 때 로밍을 할 수 없다. 해외에 나갈 땐 해지하고 돌아오면 다시 가입하는 불편함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돈도 되지 않는 서비스를 굳이 불편함을 감수하며 가입하라고 안내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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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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