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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 탈당과 함께 정계 은퇴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자기 편으로 끌어 들이기 위한 각 당 대선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홍 전 시장이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시장직을 역임했고, 차별화된 보수의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영향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홍 전 시장을 "낭만 정치인"이라고 평가하면서 조만간 귀국하면 막걸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홍 전 시장을 지지했던 홍사모(홍준표를 사랑하는 모임) 등 홍준표 지지자 단체들이 지난 13일 공식적으로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날 홍사모, 홍사랑, 국민통합찐홍 등 홍 전 시장 지지자 모임 회원들은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정당이 아니다"라며 "이재명 후보가 내세우는 통합과 보수의 가치에 공감한다"며 이재명 후보의 압도적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홍준표 지지층의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같은날 홍준표 전 대구시장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이성배 전 아나운서를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영입하면서 표심 붙잡기에 나섰다.
안철수 의원은 홍 전 대구시장에게 "이재명 후보의 사탕발림에 결코 흔들리지 마시라"라며 "절대 이재명 후보의 손을 잡으셔서는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또한 홍 전 시장의 일부 지지층과 측근 인사들이 이재명 후보 지지 또는 캠프 합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홍 전 시장이 지난 10일 미국 하와이로 출국할때 직접 배웅까지 나왔다. 이 후보는 대구 일정을 마친 뒤 공항으로 곧바로 이동해 홍 전 시장을 만났고, 두 사람은 귀빈실에서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홍 전 시장은 "이번 대선판은 이재명 대 이준석, 양자 구도로 갈 것"이라며 격려했고, 이 후보는 "홍 전 시장이 꿨던 꿈은 이준석이 계승해서 꾸게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후보의 배웅은 인간적 친분을 확인하고 향후 정치적 연대 가능성을 남긴 셈이다.
이 후보 또한 이번 대선에서 공식 선거 캠페인음악을 지난 대선에서 홍 전 시장이 사용했던 박현빈 '앗! 뜨거'를 개사해 사용중이다. 이준석 캠프는 "홍준표 대표님의 흥을 이어받아 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홍 전 시장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2차에서 탈락한 직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미국 출국 전 "내가 당을 떠난 것은 내가 당을 버린 게 아니라, 당이 나를 버렸기 때문"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보수정당 내 계파 없는 아웃사이더로서의 소외감과 지난 대선·경선에서 당심(당원투표)에서의 연이은 패배, 그리고 더 이상 정치판에 남아 있을 이유를 느끼지 못한 심정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홍 전 시장이 6·3 대선 이후에 정계에 다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홍 전 시장은 이미 한 차례 정계은퇴를 번복한 적이 있다. 지난 2012년 4·11 총선에서 패배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번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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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대구시청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의 이재명 대선 후보를 2년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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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21대 대통령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일에 대화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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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미국 출국을 앞두고 배웅온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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