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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경 전국부 부장 |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생산된 각종 기록물의 이관이 완료됐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따르면 이번에 이관된 기록물은 대통령 비서실 등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으로부터 제20대 대통령기록물 1365만건을 이관받았다. 이관 기록물은 전자기록물 777만건, 비전자기록물 587만건이다. 이관 기록물 중 대통령 지정기록물은 21만8000건으로 전체 기록물 대비 1.6%이며, 비밀기록물은 77건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기록관리 쟁점에 대한 의혹은 여전하다. 특히 최장 30년간 비공개가 가능한 지정기록물의 목록조차 공개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기록물 가운데 어떤 것이 지정기록물에 포함됐는지 파악이 안돼 진실을 파악하는 데 심각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법적 근거도 희박한 지정기록물 비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앞으로 논란이 가속화하는 것은 물론 법정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번에 이관된 기록물 건수가 전임 정부에 비해 너무 많다는 점도 부실 기록물 이관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비상계엄 이후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은 12월 12일부터 20일까지 대통령실, 국방부 등 비상계엄과 관련된 기관을 상대로 긴급 현장점검을 실시했지만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과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대통령기록물에 관한 각종 의혹이 뒤따랐다. 늑장 현장 점검은 물론 국무회의 회의록을 작성해야 하는 행정안전부 의정관은 비상계엄을 의결했다는 회의 내용을 작성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회의의 속기록이나 녹음기록을 생산하지 않았다. '쪽지'로 불리는 지시문서와 주요 직위자의 메모 등 해당 회의의 기록이 관리되고 있는지도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비상계엄과 관련된 결정적 증거일 경호처의 비화폰 서버 기록, 대통령실 CCTV 기록 등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해당 기록이 행정정보 데이터세트나 시청각기록물로 관리되고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대통령기록관이 '대통령 기록물을 이관한 이후 등록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실이 평소 기록 관리의 기본인 기록물 등록조차 소홀히 해왔다고 주장한다. 궐위 시 대통령실은 이관
대상 기록을 확인하고 대통령기록관은 이를 점검하는 절차를 거쳐 '적극적으로' 이관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대통령실이 '주는 대로' 이관했다는 의미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계엄 이후 주요 기록물은 비화폰 서버 기록이나 대통령실 CCTV 기록 등이 제대로 이관됐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지난 제18대 박근혜 대통령기록물 이관 과정에서도 이런 상황은 반복됐다. 대통령기록관은 '주는 대로' 받을 뿐 아무것도 점검하고 확인하고 요청하지 않았다. 당시 국정농단 기록은 그렇게 이관됐고, 권한대행은 무분별하게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을 남발했다. 이러한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궐위 시 이관 대상 기록물의 확인 및 목록 작성 의무와 대통령기록물의 이동 및 재분류 금지, 생산기관에 대한 점검 의무' 등을 2021년에 법률 조항으로 신설했지만 이번에도 이런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4번이나 바뀐 권한대행 기록물에 대한 점검도 부실 검증 의혹이 제기된다.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제5조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며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교육부 등에 대해서는 점검조차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번 대통령 권한대행 시기에는 헌법재판관 임명 등 여러 중요한 정치적·행정적 결정이 있었다. 단순히 부처에서 보고한 기록만을 대통령기록물로 이관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모든 업무 수행을 둘러싼 기록을 철저히 파악해 이관해야 한다. 권한대행 업무지원단에서 접수한 기록만 소극적으로 이관하는 것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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