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종범 코치.뉴스1 |
[파이낸셜뉴스] KT 위즈 이종범 코치가 시즌 도중 팀을 떠났다. 명백한 자진 사임이었다. 갑작스러운 퇴단에 팬들은 충격을 넘어 허탈함을 토로하고 있다. 그런데 사임 배경이 더 큰 파장을 불러왔다.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의 새 감독직 제안 때문이라는 정황이 흘러나오면서, 이종범의 선택은 단순한 퇴단이 아니라 ‘프로의 책임감’이라는 근본적 질문을 불러일으켰다.
KT는 지금 가을야구를 위한 순위 싸움 한가운데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경기 하나하나에 좌우되는 상황에서 외야·주루·타격 코치까지 겸임해온 인물이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그것도 예능을 하기 위해. KBO리그 역사상 이런 전례는 없다. 선수도 아니고, 코치가 시즌 도중 예능 출연을 위해 자진 퇴단이라니. 당혹스러움을 넘어 당혹감조차 무력해진다.
KT는 지난해 말 이종범을 1군 외야 및 주루 코치로 정식 영입했다. LG에서 물러난 뒤 야인이었던 이종범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셈이다. 이강철 감독이 품었고, KT가 복귀 무대를 깔아줬다. 그런데 그 인연은 불과 반 년도 가지 않았다. 이 코치는 5월 타격 코치로 보직을 바꿨고, 6월에는 팀을 떠났다. 애정도, 책임감도 없는 코치가 왜 현장에 있었는지 묻게 된다.
이종범의 야구 인생은 화려했다. 1990년대 해태 왕조의 핵심이었고, 1994년 압도적인 MVP를 수상하며 4할 타율에 도전하기도 했다. 일본 무대에서도, 국가대표에서도 존재감은 확고했다. 그런 그의 선택이기에 더욱 안타깝고 씁쓸하다. 단순한 전직 스타의 개인 행보로 볼 일이 아니다.
이종범은 현역 은퇴 이후에도 한화, LG, 국가대표팀 등 다양한 곳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며 ‘감독 후보군’에 항상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택으로 그는 사실상 KBO 지도자 커리어에 종지부를 찍게 될지도 모른다.
어느 구단이 그를 다시 지도자로 영입할 수 있겠는가. 팀이 절실한 순간에 개인 행보를 이유로 떠난 지도자를 다시 믿을 단장은 없다. 선수들에게 책임감을 강조해야 할 위치에 있던 인물이, 정작 스스로 책임을 저버렸다는 사실은 돌이킬 수 없는 오점으로 남게 됐다.
물론, 이종범의 퇴단이 단순히 예능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 코치의 열악한 처우는 야구계 전체가 풀어야 할 숙제다. 계약은 대부분 1년 단위, 보수는 선수 시절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적고, 스트레스는 두 배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타이밍이다. 시즌이 끝난 뒤라면 설령 선택이 같았더라도 비판은 이토록 거세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야구 예능’ 제작진의 태도도 도마 위에 올라야 한다. 지금이 언제인가. 시즌 중이다. 순위 싸움이 한창인 KBO 현장에서 지도자를 뽑아가는 건 누가 보더라도 도의에 어긋난다. 리얼리티를 표방한다는 예능이 현실의 프로야구를 침범했다. 어떤 구단도 시즌 중에 타 구단 코치에게 영입 제의를 하지 않는다. 이건 더 이상 해프닝이 아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야구인이 자신의 커리어에 이렇게 큰 흠집을 내는 걸 보는 건 야구팬으로서도 참담한 일이다. 선택은 자유다. 하지만 그 선택의 무게를 외면한 대가는 결국 자신이 짊어져야 할 것이다.
KBO 지도자 이종범의 이름은 이 순간을 끝으로 지워질 가능성이 크다.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다.
#이종범 코치 #최강야구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