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질' 이유로 커피머신 사용 금지령
"야근 잦은 회사에서..." 불만글 올린 직원  |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파이낸셜뉴스] 임직원의 '건강 증진과 수면의 질'을 이유로 오후 4시 이후엔 탕비실에서 커피머신 사용을 금지했다는 한 회사의 직원이 직장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뒤 온라인에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명함 정보 애플리케이션인 '리멤버' 커뮤니티에는 최근 '오후 4시 이후 사무실 커피 금지. 이게 가당키나 합니까?'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게시된 지 엿새째가 된 1일 오전까지도 조회수 6만6100건을 넘을 정도로 직장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직원들 피로도는 어쩌라고…커피 미리 뽑으려고 줄 서기도"
부동산 개발·분양 업체 직장인으로 밝힌 A씨는 "오늘 아침 전사 공지 메일을 받고 제 눈을 의심했다"며 공지 내용을 소개했다.
회사가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엔 "금일부로 임직원 건강 증진 및 수면의 질 향상을 위해 오후 4시 이후 탕비실 커피머신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A씨는 "아마 대표님이 어디서 늦은 오후의 카페인 섭취가 숙면을 방해한다는 둥, 어쩐다는 둥 하는 유튜브 영상을 감명 깊게 보신 게 틀림없다"며 "그러지 않고서야 이럴 수 있나. 저희 건강까지 챙겨주시려는 그 마음은 정말 눈물겹게 감사하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야근이 아예 없는 회사도 아니고 적어도 구성원의 10분의 1은 1주에 서너번씩 야근을 한다"며 "그게 아니어도 한두 시간 더 일하고 퇴근하는 사람이 정말 많은데 우리의 피로도는 어떻게 하라는 건지"라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벌써부터 동료들은 4시 전에 마실 마지막 커피를 쟁여 두려고 눈치 싸움 중이다. 커피머신이 네스프레소 캡슐 머신인데 층마다 2개씩이라 (오후) 4시 직전에 받아 놓으려면 20분 전부터 줄 서야 할 기세"라며 "수면의 질 생각하면 그냥 4시에 퇴근시켜 주는 게 더 좋을 텐데. 차라리 오후 4시 이후엔 디카페인만 마시라고 하면 어떻겠냐"고 덧붙였다.
A씨는 "글 쓰면서 생각해 보니 뭔가 이상하다. 어차피 커피 없으면 일 못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탕비실 커피 못 마시면 다들 자기 돈으로 밖에 나가서 사 마실 게 뻔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직원 건강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회사 탕비실 캡슐 값 아끼고 직원들 돈은 더 쓰게 만드는 것 아닌가"라며 "이렇게 생각하니까 갑자기 열 받는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엔 "비용 절감 우아하게 한다" vs "커피 제공 의무 아냐"
해당 글을 본 직장인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제대로 된 사고방식이라면 디카페인 캡슐을 사 놓을 것",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들 복지나 급여까지 손대기 시작한 회사는 이미 갈 때까지 간 회사다. 탈출하라", "먹을 것까지 관여하는 건 좀", "돈 드니까 먹지 말라는 말을 고급지게 한다"는 등 회사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다수를 차지했다.
회계 업체 직장인이라고 자신을 알린 한 작성자는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회사 채무 상황이 안 좋거나, 탕비실을 직원들이 더럽게 사용했거나 아니면 대표가 짜증 나는 일이 있어 신경질을 부렸거나. 여기에 답이 있는지 살펴 보라"고 했다.
반대로 회사의 결정에 문제될 건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신을 법인대표라고 인증한 또 다른 작성자는 "커피를 오후에 마시지 않는 게 수면의 질에 확실히 도움이 되긴 하고, 회사가 커피를 꼭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다만 조직원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생략된 게 아쉽긴 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회사에서 커피를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뉘앙스는 어폐가 있어 보인다"거나 "몸에 좋은 것도 아니고 좋지 않은 것을 제한하는 것을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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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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