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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애플 탓, 애플은 KT 탓"…피해자, '이렇게' 나홀로 피해복구했다 ['다 털리는' 세상·(上)]

파이낸셜뉴스 2025.09.17 09:33 댓글 0

[아이튠즈 계정 KT 소액결제 사기 당한 피해자 제보]
112신고·ECRM신고 등 범죄 증빙 자료 확보…금감원 민원 접수
소비자상담센터엔 계정 탈취로 통신사 소액결제…취소 중재 요청
서울청, 애플 계정 탈취 관련 범죄 수법 확인 중…"수사 배당 예정"
금융권, "가맹점 승인 있어야 취소 가능…민원 접수되면 신속 처리"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평범한 토요일 오후였다. 카페에 앉아 있던 A씨에게 지난 6일은 그런 하루였다. 일상을 깬 건 이날 오후 4시 41분부터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문자 폭탄이었다.

애플 아이폰에서 갤럭시폰으로 갈아탄 뒤 10년 넘게 쓰지 않던 애플 아이튠즈 계정으로 진행된 KT 소액결제였다. 오후 4시 41분부터 49분까지 단 8분 만에 96만원이 빠져나갔다. 잠시 멈춘 결제 문자는 내용을 바꿔 들어왔다. '잔액 부족'이었다.

그리고 오후 4시 53분 2만4000원이 추가로 결제됐다. 소액결제 잔액이 8000원이 됐을 때야 비로소 멈춘 결제였다. A씨 가슴을 철렁 하게 한 건 그다음이었다. 문자 메시지 대신 카카오톡 알림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카카오페이에 연결된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9만9000원, 4만8000원이 각 세 차례씩 총 6번 결제됐다. 통장에 있던 돈을 다른 계좌로 옮긴 뒤에야 더 이상 문자도, 카톡도 오지 않았다. 이날 오후 4시 53분까지 12분간 무단 결제된 돈은 총 142만5000원이었다.

그리고 일주일여 만인 지난 11일 카카오페이를 통해, 13일 KT 소액결제를 통해 진행된 무단 결제가 취소됐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피해 손실은 막았지만, 찜찜한 마음은 지울 수 없었다. 피해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 모든 과정에서 '잘못'을 인정하는 쪽은 없었다.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저 스스로 발 빠르게 움직이는 방법 밖엔 없었다.

최근 KT 소액결제 사고를 계기로 계정 등을 탈취한 소액결제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애플 등 계정을 탈취해 무단 결제하는 사례까지 동시다발로 발생하면서 소액결제를 막기 위한 고민도 커졌다.

파이낸셜뉴스는 17일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를 통해 스스로 피해를 회복한 방법을 들었다.


A씨가 지난 6일 탈취된 애플 아이튠즈 계정으로 KT 소액결제가 됐다며 받은 문자 메시지(왼쪽)와 일주일 뒤 결제 취소됐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 /사진=제보자 제공
A씨가 지난 6일 탈취된 애플 아이튠즈 계정으로 KT 소액결제가 됐다며 받은 문자 메시지(왼쪽)와 일주일 뒤 결제 취소됐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 /사진=제보자 제공

"결국 피해자가 나서는 방법 밖엔 없었다."

A씨가 무단 결제 피해를 막은 뒤 내놓은 얘기다. 그러면서 "결제를 취소해 피해를 막으려면 내가 나서는 방법 밖엔 없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커 그 방법을 공유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무단 결제를 확인한 당일 A씨가 가장 먼저 한 건 카카오페이에 연결된 통장 속 돈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112에 신고도 했다.

급한 불을 끄자 떠오른 게 과거 유튜브에서 본 내용이었다.

A씨는 "유튜브에서 2020년 자기가 결제하지 않은 게 결제된 뒤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어 해결한 내용을 소개한 게 떠올랐다"고 말했다.

유튜브에서 설명한 대로 금감원에 민원을 넣기 위해 필요한 것부터 챙겼다. 바로 범죄 사건임을 증빙할 객관적 자료였다.

A씨는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에 사건을 접수했고 수사관을 만나서 진술했다. 범죄사실 확인서도 받았다"고 전했다.

곧바로 금감원에 민원을 접수했다. 제출한 자료는 112 신고 접수 번호, 수사관을 통해 발급받은 범죄사실 확인서 등이었다. 코멘트도 덧붙였다.

A씨는 "결제가 이뤄진 시간에 카페에 있었는데, 카페 폐쇄회로(CC)TV를 통해 결제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이 필요한 경우 정보열람 방식으로 CCTV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적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해결을 요청한 건 카카오페이 결제 부분이었다. 다음은 KT를 통해 애플 계정으로 콘텐츠 이용료가 결제된 부분을 해결할 차례였다. 소비자상담센터인 1372로 전화를 걸어 해당 사실을 알리고 중재를 요청했다.

A씨는 "애플, KT 쪽에도 전화했는데 쉽지 않았다. 애플은 KT, KT는 애플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릴 뿐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렇게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는데 며칠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이후 142만5000원에 대한 결제는 모두 취소됐다.


지난 6일 탈취된 A씨의 애플 아이튠즈 계정을 이용해 카카오페이로 무단 결제한 게 취소된 내역. /사진=제보자 제공
지난 6일 탈취된 A씨의 애플 아이튠즈 계정을 이용해 카카오페이로 무단 결제한 게 취소된 내역. /사진=제보자 제공

KT에 이어 애플 아이튠즈 계정 탈취 사고까지 잇따라 발생하면서 경찰도 피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선 경찰서에 접수된 사고도 속속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 이첩되고 있다. A씨가 접수한 사고도 서울청으로 보내졌다.

서울청 관계자는 "피해 조서를 받고 증거 제출이 되면 서울청으로 이송하고 있다"며 "취합되면 범죄 수법 등을 파악해 수사를 배당할 예정"이라고 했다.

금융 당국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상 결제의 경우 이를 취소하려면 가맹점 승인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빠르게 조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사용자 보호를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보완, 강화하고 있다. 사용자가 본인이 결제하지 않은 내역이 발생했다고 문의하면 해당 가맹점을 통해 상세 내역을 확인한다"면서 "케이스마다 처리 소요 시간 등은 다를 수 있지만, 사용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가급적 빠르게 처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이상 결제의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취소를 바로, 바로 진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다만 각 회사마다 이상 결제에 대한 매뉴얼이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요청이 오면 신속하게 진행하려고 한다"고 했다.
#애플 #피해구제 #소액결제 #아이튠즈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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