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자금 급증
9월말 이미 작년 3조7천억 웃돌아
"자사주 매입 여력 기업에 투자 늘것"
내년부터 시행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가 기업의 배당 확대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증시에서 배당주 투자가 새로운 주류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급증하고 있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까지 국내 상장 배당주 ETF로 총 5조원의 자금이 유입돼 이미 지난해 연간 기준 3조7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국내 상장된 배당주 ETF 로는 2023년 9200억원의 자금이 유입돼 그전까지 가장 많았던 2019년 2700억원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2024년에는 배당주 ETF로 3조7000억원이 유입됐고 올해는 9월까지 5조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국내와 해외 배당주로 나눠보면 2023년과 2024년 배당주 ETF 자금 유입은 거의 대부분 해외 배당주(미국배당다우존스)였다. 하지만 올해에는 국내와 해외가 역전됐다. 9월까지 배당주 ETF로 유입된 자금 5조원 중 60%가 넘는 3조3000억원이 국내 배당주 ETF로 유입됐다. 국내 전체 ETF 중 올해 자금 유입이 가장 많았던 10개 상품에 채권, 해외 주식, 금을 제외하고 국내 주식 중에서는 유일하게 고배당주가 포함된 것이다.
이번 흐름의 배경에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2025년 세제 개편안에서 고배당 기업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를 도입했다. 전년 대비 현금배당이 줄지 않은 기업 중 △배당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최근 3년 평균 대비 5% 이상 배당을 늘린 기업의 배당소득을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최고세율 38.5%로 분리과세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한국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은 20% 안팎으로 주요 선진국 평균(50~60%)에 크게 못 미친다.
유진투자증권 강송철 연구원은 "국내 기업 배당성향이 글로벌 최저 수준이라는 점은 역설적으로 향후 증가 여지가 크다는 의미"라며 "내년부터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배당을 늘리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최고세율이 국회에서 발의된 이소영 의원안(27.5%)보다 높다는 점을 지적하지만, 전문가들은 세율 인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본다. 실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개인 대주주 세율을 낮춰도 기업의 배당성향이 0.6%p만 높아져도 정부의 배당 관련 총 세수가 오히려 늘어난다. 배당정책 변화가 세수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제도 변화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과 맞물리며 주주환원 강화의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법 개정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배당을 늘릴 유인이 커졌기 때문이다.
ETF 시장에서도 배당은 올해 가장 뜨거운 테마다.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 'SOL 금융지주플러스고배당' 등 금융, 보험 중심 상품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50%를 넘어 코스피 상승률을 웃돈다.
강 연구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단순 감세 논란보다 기업의 배당정책을 구조적으로 바꾸는 제도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자사주 매입 여력과 배당 여력이 있는 기업 중심으로 배당투자 매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