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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유대감 쌓기·돈요구' 단계별 접근...'김병주 의원 구출' 청년들이 밝힌 '로맨스 스캠' 운영법

파이낸셜뉴스 2025.10.18 21:35 댓글 0

더불어민주당 재외국민안전대책단 단장인 김병주 최고위원이 18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 앞에서 한국인 구출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캄보디아 정부의 도움을 받아 감금돼 있던 한국인 청년 3명을 구출했다고 이날 밝혔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재외국민안전대책단 단장인 김병주 최고위원이 18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 앞에서 한국인 구출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캄보디아 정부의 도움을 받아 감금돼 있던 한국인 청년 3명을 구출했다고 이날 밝혔다. 연합뉴스
"부당하게 많은 돈을 주겠다고 하는 건 사기니까 응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민주당 재외국민안전대책단 단장인 김병주 최고위원은 18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앞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날 현지 경찰에 의해 구출된 20대 한국인 3명이 다른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 같이 답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전날 캄보디아 경찰의 급습으로 캄보디아 프놈펜에 소재한 호텔 및 레지던스인 '스카이 트리'에서 구출됐다고 밝혔다. 30층 고층 건물인 '스카이 트리'에 갇힌 이들은 조직원들이 급히 본거지를 옮기면서 경비가 허술해진 틈을 타 구출됐다.

세 사람은 모두 20대 남성으로, 한 명은 남양주 출신이다. 대사관 측은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즉시 건강 상태를 점검했다. 다리 통증을 호소한 한 명을 제외하면 외상은 없었으며, 전원 비교적 양호한 상태였다.

이들은 경찰 수사 이후 범죄 가담 여부와 정도에 따라 추방이 결정되면 이민국으로 이동, 통상 1달 정도 후 한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다.

세 사람의 유입 경로는 제각각이었으나 모두 '고수익 구직 제안'에 속았다. 한 청년은 동생의 소개로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올랐으며, 한 청년은 캄보디아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한국인이 귀국 후에도 각종 유혹을 하면서 캄보디아로 오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청년은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입국했다. 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여권과 휴대폰을 압수당했다"고 증언했다.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으로 적발돼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뉴스1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으로 적발돼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뉴스1
세 청년은 모두 두 달가량 감금 상태에서 '로맨스스캠(연애를 빙자한 금융사기)' 범행에 동원됐다고 증언했다. 김 의원실에 제보한 정모씨는 지난 8월 15일 캄보디아로 입국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 사람은 스카이 트리 건물 내 13층 숙소에서 생활하며 14층에서 업무를 했다. 사무실에는 약 20명이 근무했고, 근무 시간은 현지시간 기준 새벽 5시부터 오후 3시까지였다. 퇴근 후에는 자유 시간을 가졌으며, 초반에는 구타를 당했으며, 지시에 불이행하면 야구방망이로 엉덩이 등을 맞은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자들은 로맨스 스캠은 단계별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한 사무실에서는 20명이 근무했고, 양옆의 동료와는 대화가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세 사람은 김 의원에게 "일부 인원은 초기 접근을, 이후 다른 조가 관계를 깊게 만들고 마지막 조에서는 금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책상 옆에는 스캠 대상자에 대한 대화 메뉴얼이 붙어 있었다.

이번 구출 작전은 한국의 가족 제보에서 시작됐다. 남양주에 사는 한 어머니가 "8월 15일 아들이 캄보디아로 떠난 후 연락이 두절됐다"고 남양주가 지역구인 김 의원에 제보하면서 시작됐다. 대사관 경찰영사와 김 의원실 비서진이 단서들을 이용해 위치를 좁혀갔고, '30층 건물' 등 단서로 ‘프놈펜 스카이트리’로 특정할 수 있었다.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웬치(범죄단지)인 태자단지의 모습. 이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웬치(범죄단지)인 태자단지의 모습. 이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구출 과정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캄보디아 경찰은 통상 작전 전 경찰 위원회를 개최 후 수사 여부를 결정한다. 전날 출국 예정이었던 김 의원은 출국까지 미루며 구출에 힘을 썼다. 캄보디아 경찰이 "오늘 작전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하자, 김 의원은 캄보디아 정부 고위급 인사를 통해 강하게 "지금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해 전날 작전이 이뤄졌다. 김 의원은 "통상 위원회의 결정 후에도 2~3주 후에 급습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구출을 두고 "범죄자를 구한 것 아니냐"는 여론에 김 의원은 "국가의 책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며 그것보다 더 높은 가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비록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지만 국가는 어떠한 경우든 국민의 생명 구해내고 법적 조치 차후"라고 덧붙였다.

교민들의 피해에 대해 김 의원은 "현지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며, 귀국해 정책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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