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산 후 유축기로 모유를 짜던 한 여성이 감염으로 인해 가슴 피부가 검게 썩어들어가는 충격적인 사례가 보고됐다. 배경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좌측 하단=멜버른 병원이 보고한 사례 PubMed Central |
[파이낸셜뉴스] 출산 직후 모유 수유를 위해 유축기를 사용하던 한 여성에게 감염이 발생해 유방 피부가 괴사하는 사례가 학계에 보고되었다.
최근 영국 일간지 더선(The Sun)의 보도에 따르면, 호주 멜버른에 사는 38세 여성이 임신 22주 만에 조산한 지 보름 만에 유방에 검은 반점을 확인했다. 다음날부터 심한 통증과 고열로 병원에 내원했으며, 초기에는 단순 유방 통증과 피부 발진으로 진단되었으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당시 이 여성은 유축기로 모유를 착유 중이었다. 이에 의료진은 유축기의 세척이 미흡했거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해 세균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유축기는 안전한 도구이나, 위생 관리가 부실하면 유방염을 비롯한 각종 세균 감염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초기 검사에서 고름이나 체액은 발견되지 않아 항생제 투여를 시작했다. 그러나 불과 48시간 만에 멍이 든 부분이 검은색으로 바뀌며 조직 괴사 현상이 관찰되었다. 의료진은 빠르게 진행되는 감염병인 괴사성 근막염을 의심했다. 모유 검사에서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검출됐다.
그 후 외과 전문의의 재검토를 거쳐 이 여성의 상태는 A군 연쇄상구균이 유발한 괴사성 홍반창으로 최종 확진되었다. 이는 일반적인 피부 감염인 홍반창이 심화되어 피부와 피하 조직이 괴사하는 매우 희귀한 유형이다.
해당 환자는 두 종류의 감염을 동시에 치료하고자 광범위 항생제를 투여받았다. 상태가 일시적으로 호전되어 닷새 만에 퇴원했다. 하지만 2주가 지난 후, 혈류 장애로 인해 조직이 괴사하는 건성 괴사가 재발했다. 유방의 상당 부분이 검은색으로 변하고 모유가 부분적으로 새어 나오는 증상이 나타났다.
결국 이 여성은 괴사한 조직을 제거하는 절제술을 세 번 더 받아야 했으며, 한 달 뒤에는 피부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다행히도 수술 부위는 치유되었으며, 현재까지 감염의 재발 없이 회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례는 최근 호주 멜버른 소재 로열 멜버른 병원 일반외과 연구진에 의해 'A rare case of necrotic erysipelas of the breast in a healthy, postpartum female'라는 제목으로 학술지 PubMed Central (PMC)에 보고되었다. 연구진은 출산 후 모유 착유 과정에서 괴사성 홍반창이 발병한 것은 매우 희귀한 경우라고 평가했다.
출산 후 유방 통증·변색 시 전문의 진료 필요
전문가들은 출산 직후 유방에서 통증이나 변색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이를 단순 염증으로 간과하지 말고 세균 감염 가능성을 열어두고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요 특징은 붉게 부어오른 발진이다. 고열, 오한, 피로, 두통, 구토와 같은 전신 증상을 동반한다. 감염된 부위의 경계가 명확해지고 통증이 심해질 경우 괴사성 감염으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이 질환은 주로 얼굴이나 다리에 발생하지만, 해당 사례와 같이 유방에 나타나는 것은 드문 경우이다.
해당 질환은 대개 A군 연쇄상구균에 의해 발병한다. 초기에 치료받지 못하면 피부 괴사는 물론 패혈증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 당뇨병 환자, 비만인, 임신부, 정맥 질환자, 알코올 중독자, 피부 손상 경험자 등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유축기 위생 관리 소홀은 감염 매개체 될 수 있어
유축기는 모유 수유를 돕는 유용한 기구다. 위생 관리에 소홀할 경우 세균 감염의 경로가 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 예방을 위한 표준 지침을 권고하고 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유축기 사용 전에는 반드시 비누와 물로 20초 이상 손을 세정해야 한다.
또 모유가 닿는 모든 부품은 사용할 때마다 즉시 분리하여 세척해야 하며, 세척 후에는 깨끗한 수건이나 종이타월 위에서 완전히 건조한 뒤 보관해야 한다. 하루에 최소 1회 이상 끓는 물(100℃)에 5분간 삶거나 전용 살균기를 이용해 열소독을 실시하는 것이 권장된다. 부품을 재조립할 때는 완전히 건조된 상태여야 하며 젖은 손으로 만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
모유 보관 기준은 냉장 4℃ 이하 4일, 냉동 -18℃ 이하 최대 6개월이다. 해동은 실온이나 미지근한 물로 중탕하는 것이 안전하다. 통증이나 발적, 열감, 분비물 냄새 등 감염 징후가 보일 경우 즉시 유축기 사용을 중단하고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