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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가격 5% 급락…두 달 새 1000달러 오른 랠리 제동

파이낸셜뉴스 2025.10.22 06:36 댓글 0

 금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보였던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금 제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금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보였던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금 제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올해 들어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온 국제 금값이 12년 만에 가장 큰 일일 하락세를 기록하며 급락했다. 달러 강세 복귀, 미·중 무역갈등 완화 조짐, 인도 디왈리(Diwali) 시즌 종료 등 복합 요인이 맞물리면서 과열된 시장이 '기술적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4138.50달러로 전날보다 5.07% 떨어진 가격으로 마감했다.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125.62달러로 전날보다 5.3% 하락했다. 최근 두 달 동안 25%가량 급등하며 단기간에 1000달러 가까이 오른 '초과열 랠리'가 급제동이 걸린 셈이다.

MKS 팜프의 애널리스트 니키 실스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시장이 지나치게 과매수(overbought) 상태에 놓여 있었다"며 "랠리가 성숙 단계에 접어든 만큼 조정은 불가피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6주 만에 1000달러가 오른 것은 비정상적이며 이미 가격이 '성층권 수준(stratosphere)'까지 올라 있다"고 표현했다.

최근 금값 급등은 단순한 투자심리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미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무역정책 불확실성,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맞물리며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매력이 부각됐다. 여기에 미 정부 부채 급증과 달러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각국 중앙은행과 기관투자자들의 금 매입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올해 금값 상승을 주도한 최대 요인은 각국 중앙은행의 대규모 매수다. 이들은 외환보유액의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 보유를 늘렸다. 여기에다 기관투자자들이 금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에 대거 자금을 유입시키며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특히 9월 한 달 동안 금 ETF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60억 달러가 몰렸다. 이 같은 기관 매수세는 소매 투자자들의 매수 열풍으로 이어졌다. 실물 수요와 금융수요가 동시에 폭증한 결과 금값은 단기간에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랠리의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중 무역협상에서 완화 신호가 감지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급격히 식었다. 달러화가 반등한 것도 금 가격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또한 미국 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으로 주요 경제 데이터 공개가 안되면서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을 이유로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2위 금 소비국인 인도에서 디왈리 축제가 끝나고 결혼 시즌이 시작되며 실물 수요가 줄어든 점도 하락세를 부추겼다. 은과 백금 가격 역시 이날 각각 7.4%, 5% 급락하며 귀금속 전반의 조정세를 반영했다.

시장 전문가들 역시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 미 재정적자 확대, 지정학적 불안 요인 등 구조적 요인이 여전히 유효한 만큼, 이번 하락이 추세 전환이라기보다 상승세의 '조정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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