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급강하로 혈관 수축, 뇌졸중환자 급증
증상 인지 후 3시간 이내 치료가 예후 좌우
70대 여성, ‘제때 응급시술’로 기적의 생환  |
| 온병원 제공 |
[파이낸셜뉴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뇌졸중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뇌혈관질환 환자는 117만 명, 이 중 뇌졸중 환자 63만 명으로 2018년보다 7% 이상 증가했다. 특히 11∼12월은 연중 뇌졸중 발생률이 가장 높은 시기로, 늦가을부터 초겨울 사이 응급실 내원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기온이 5도 이상 떨어질 때는 혈관이 급격히 수축해 혈류가 불안정해지며, 뇌출혈이나 뇌경색 위험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진다.
온병원 뇌혈관센터 최재영 센터장(전 고신대복음병원 신경외과 교수)은 26일 “찬 공기에 갑자기 노출되면 혈압이 급상승하면서 뇌혈관이 터질 수 있다”며 “기온 변화가 심한 새벽이나 아침시간대 외출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뇌졸중은 ‘골든타임 3시간’이 생사를 좌우한다. 그러나 여전히 전조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 대신 한의원을 찾는 사례가 적지 않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뇌졸중 의심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중 12%가 한의원을 최초로 방문했다. 침, 부항, 뜸 등으로 시간을 보내다 결국 병원으로 전원되는 경우가 많다.
온병원 신경과 배효진 과장(뇌졸중치료인증의)은 “한의학적 치료는 재활기에는 도움이 되지만 급성기엔 즉시 응급의료체계로 가야 한다”며 “지연된 치료는 회복 가능성을 절반 이하로 떨어뜨린다”고 경고한다.
A씨(70·여)는 지난달 17일 오전 7시 40분께 집에서 갑작스러운 두통과 함께 의식을 잃었다. 가족은 침 치료를 고민하다가 곧바로 119에 신고했고, 오전 8시 30분께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CT검사 결과 A씨는 지주막하출혈로 확인돼, 온병원 뇌혈관센터 최재영 센터장이 이날 오전 10시 20분 ‘우측 후교통동맥류 코일 색전술’을 시행했다. 코일 4개가 삽입돼 혈류가 성공적으로 차단됐고 시술은 완벽히 마무리됐다
A씨는 시술 직후 같은 날 오후 5시 20분께 일시적 의식 저하로 뇌내 수두증이 발생했으나 즉시 요추천자 배액술을 시행해 상태를 안정시켰다. 이후 사흘간 중환자실에서 경과를 지켜본 뒤 의식이 회복되어 일반병실로 옮긴 A씨는 지난 11일 거의 후유장애 없이 걸어서 퇴원했다
최재영 센터장은 “증상 후 3시간 이내 병원 도착과 90분 내 시술 착수가 생사를 갈랐다”며 “지체 없이 병원을 찾은 판단이 회복의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A씨는 현재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재활 없이도 대화와 보행이 정상 수준이다.
뇌졸중은 누구에게나 갑자기 찾아오며,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전문의들이 권하는 ‘생명을 살리는 행동요령’으로는 우선 증상을 빠르게 인지하는 일이다. 얼굴이 한쪽으로 쳐지거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말이 어눌해지면 즉시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증상이 나타난 정확한 시간을 기록하는 일도 중요하다. 응급치료 가능 여부는 발병 시각 기준이다.
온병원 신경과 배효진 과장은 “매년 10월 29일에 마련되는 세계 뇌졸중의 날(World Stroke Day)의 올해 공식 슬로건은 ‘Every Minute Counts-Know the Signs, #ActFAST’(매순간이 중요하다-증상을 알아채고, #신속히 행동하세요)”라고 설명하고, “이 문구는 뇌졸중의 골든타임(3시간) 안에 치료를 시작해야 생존율과 회복률이 높다는 메시지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FAST 법칙인 △F(Face)-얼굴이 한쪽으로 처지는가?, △A(Arm)-한쪽 팔에 힘이 빠지는가? △S(Speech)-말이 어눌하거나 발음이 꼬이는가? △T(Time)-즉시 119에 신고하라는 행동준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최재영 센터장은 “뇌졸중은 매년 12만 명 이상이 새로 발생하고, 그중 3분의 1은 겨울철에 집중된다”며 “증상이 미약하더라도 응급실 방문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의학 치료는 회복기 보조 요법으로 충분히 의미 있지만, 급성기엔 반드시 전문병원에서 치료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센터장은 평소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관리하고, 기온 변화가 심한 새벽 외출은 피하며 언제나 옷을 따뜻하게 입고 지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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