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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빅테크의 AI 회사채 규모 헝가리 GDP 맞먹어…금융불안 초래하나

파이낸셜뉴스 2025.11.01 04:33 댓글 0

[파이낸셜뉴스]
메타플랫폼스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회사채 발행 규모가 2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헝가리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로이터 연합
메타플랫폼스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회사채 발행 규모가 2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헝가리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로이터 연합

미국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분야 투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한 회사채가 2000억달러(약 286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헝가리와 카타르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돈을 채권 시장에서 조달했다는 뜻이다.

애널리스트들은 그러나 여전히 시장에는 AI 군비경쟁이 치열한 터라 앞으로도 신규 회사채 발행이 시장에 ‘범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따른 시장 붕괴 위험 역시 동반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월 31일(현지시간) 빅테크들이 자사의 탄탄한 순익과 엄청난 보유현금을 동원해 AI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돈으로도 부족해 회사채 발행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AI 투자는 당장은 돈이 안 되고, 수년 뒤에나 이익으로 돌아올 전망이어서 빅테크들이 외부 수혈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메타플랫폼스다. 메타는 AI 프로젝트 자금 마련을 위해 3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그 충격으로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비록 주가는 폭락했지만 채권 시장에서 반응은 뜨거웠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주문이 1250억달러에 이르러 미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사상 역대 최대 수요를 기록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메타, 알파벳, 오라클 등이 AI 투자금 마련을 위해 회사채 1800억달러를 발행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는 올해 미 회사채 순공급의 25%를 웃도는 규모다.

투엔티포 자산운용의 고든 섀넌 펀드매니저에 따르면 AI가 회사채 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다른 곳들은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다.

수년 뒤에야 이익이 기대되는 장기 프로젝트에 회사채 자금이 대거 이동하면서 채권 시장이 구조적인 위험을 안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DA 데이비슨의 기술 리서치 책임자 길 루리아는 AI에 투자하는 업체들이 앞으로도 수천억달러를 더 필요로 할 것이라면서 “만약 시장이 수천억달러를 급격히 감가상각되는 자산에 투자하면서,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하면 시장이 시스템 리스크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인프라는 막대한 돈이 들어가지만 감가상각이 급격하게 이뤄진다. AI 반도체는 발전 속도가 빨라 불과 몇 년 만에 훨씬 강력한 신제품이 나오고, 기존 AI 반도체의 가치가 매우 빠르게 감가상각 된다. 이런 AI 반도체로 구성된 데이터센터의 장비와 기술은 급속하게 구식이 된다.

빅테크들이 회사채를 발행한 돈으로 구입한 AI 반도체 같은 자산의 가치가 이 돈을 갚기도 전에 가치가 매우 낮아질 위험이 있다.

게다가 미래 수익도 불확실하다. 당장 돈이 되는 것이 아니어서 미래에 충분한 수요와 수익을 낼지 알 수 없다.

특히 메타처럼 제3자에게 데이터센터 용량을 빌려주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없는 곳들은 직접적인 수익 모델이 불분명하다는 점 때문에 우려가 더 높다.

AI가 기대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과잉 설비로 이어져 수익률이 하락하면 빅테크들이 빌린 막대한 부채가 부실화할 수 있다.

이들 빅테크가 흔들리게 되면 금융 시스템 전체로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 2000년대 초 닷컴 거품 붕괴 당시에도 닷컴 업체들의 과잉 투자와 막대한 부채가 금융 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진 바 있다.

바클레이스는 이날 분석 노트에서 빅테크들의 AI 투자금 마련을 위한 막대한 회사채 발행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방 안에 들어선 최대 규모 코끼리”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방 안의 코끼리”는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이에 관해 말하거나 해결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중대한 문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바클레이스는 이어 “자본지출 규모 폭증이 결국 댐을 무너뜨릴 수 있고, 채권 발행 홍수로 이어져”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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