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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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를 비롯한 이른바 M7에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을 더한 8대 빅테크가 미국 주식 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36%를 차지하면서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P 뉴시스 |
뉴욕 증시가 인공지능(AI)에 올인하면서 AI 핵심인 빅테크들과 ‘나머지’ 종목 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지나친 AI 집중이 증시 추가 상승세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빅8이 시총 36% 차지
시가총액 기준 미 10대 기업 가운데 8개가 기술 업체다.
역대 최초로 시총 5조달러 벽을 뚫은 AI 대장주 엔비디아를 시작으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아마존, 메타플랫폼스, 브로드컴, 테슬라 순이다.
이들 8개 기업에 더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9위), JP모건체이스(10위)가 미 기업으로는 시총 10대 종목에 포함된다.
국적을 미국으로 한정하지 않으면 대만 TSMC가 JP모건체이스를 제치고 시총 기준 10대 기업이 된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지만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편입 종목 가운데 무려 397개 종목이 하락세를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 자료를 인용해 S&P500 지수가 이렇게 많은 편입 종목들이 매도세에 직면한 와중에도 상승세를 기록한 것은 지난 35년간 단 한차례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의 투자 업체 어빙 인베스터스 포트폴리오 매니저 제이콥 소넨버그는 “엔비디아가 현금(순익)을 쏟아내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 10개 종목 외의 주식을 들고 있다면” 돈 냄새도 맡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S&P500 지수 상위 8개 종목을 싹쓸이한 빅테크는 미 시가총액의 36%를 차지한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로 촉발된 시장 저점 이후 S&P500 지수 상승분의 60%가 이들 8개 빅테크에서 나왔다. 이들 빅테크는 지난해 S&P500 지수 상승분의 80%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 흐름도 다르지 않다.
노무라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까지 5거래일 동안 S&P500 지수가 약 2.4% 상승한 가운데 이 상승은 알파벳, 브로드컴, 그리고 엔비디아 등 단 세개 종목이 거의 이끌었다.
거품(?)
그레이밸류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스티븐 그레이는 “미 시장은 뚜렷하게 한 줌 기술 업체들의 모멘텀이 이끄는 시장”이라면서 “이들의 밸류에이션은 너무도 명확하게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S&P500 지수가 지난달 말까지 20% 가까이 상승한 가운데 그는 “투자자들이 눈을 가린 채 지금 상승세가 지속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비판했다.
투자 다변화도 소용없어
개미 투자자들이 뉴욕 증시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고려할 수 있는 다른 투자 수단 역시 이들 미 빅8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다.
MSCI 전세계지수가 분산 투자 수단일 것으로 개미 투자자들이 기대하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전세계 40여 시장의 2000여 기업들로 구성된 이 지수 역시 현재 시총의 25% 가까이가 미 빅8의 몫이다.
빅테크가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한두 해에 일어난 특이한 사건이 아니라 15년도 더 된 현상이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소수 빅테크에 시장 권력이 집중된 것은 이례적이다.
집중 심화
소수 빅테크에 시장 흐름이 좌우되는 현상은 앞으로 심화할 것이 틀림없다.
빅테크의 천문학적인 AI 투자가 시중 자금을 흡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주 분기 실적을 발표한 MS, 알파벳, 메타, 아마존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올해 3500억달러 넘게 AI에 투자하고, 내년에는 이보다 많은 4000억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 붓기로 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대형 데이터센터를 짓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말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현대 역사에서 최대 자본 움직임인 AI 투자 붐이 미국을 급격한 경기 둔화에서 구해냈다고 지적했다.
AI가 돈을 흡수하고, 이 돈이 AI 테마주들로 흘러들면서 미 경제가 트럼프 관세 충격과 정책 불확실성을 딛고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반 몰락하나
AI 인프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는 아직 본격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빅테크의 성장 모멘텀을 잠식하고 있다.
S&P 캐피털 IQ에 따르면 메타 순익은 앞으로 4개 분기 동안 분기별로 고작 1%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이전 4개 분기의 분기별 평균 성장률 37%와 비교조차 하기 힘든 수치다.
투자 그룹 알파심플렉스의 수석 리서치전략가(CRS) 캐서린 카민스키는 “시장 집중은 수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줬고, 시총가중지수를 갖고 있는 보통 미국인들은 상당한 돈을 벌었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만약 이 거대 종목 가운데 하나, 아니면 이들 빅테크 모두가 무너지면 시장 전체가 함께 몰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총가중지수란 각 종목의 시총 규모에 비례해 구성된 지수를 말한다. S&P500, 나스닥 지수 등이 대표적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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