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니 사령탑 수장' 정현호 부회장 7일 용퇴 선언
이재용 회장과는 APEC 직후 거취 문제 논의한 듯
사업지원 TF→ 사업지원실 '격상'..."미전실 복원 아냐"
사업지원실장은 박학규 사장..."반도체 이해도 높아"  |
| 삼성전자 정현호 사업지원TF장(부회장)이 지난 10월 11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하는 모습. 정 부회장은 이로부터 약 한 달 위인 7일 용퇴 의사를 밝혔다. |
[파이낸셜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최측근이자 '삼성의 2인자'로 불려온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사업지원 TF장·65)이 7일 용퇴를 선언했다. 2017년 11월부터 8년간 이끌어온 '삼성의 미니 컨트롤타워(사령탑)'인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장에서 물러나, 이재용 회장의 보좌역으로 이선으로 후퇴한 것이다. 정 부회장의 퇴진과 함께 그룹의 중핵임에도 그간 임시 조직에 불과했던 사업지원 TF는 정식 상설조직인 '사업지원실'로 격상됐다. 임시 비상체제 종료다. 사업지원실의 새 수장은 정 부회장보다 4살 아래인 박학규 사장(61)이 위촉됐다.
7일 오전 용퇴 선언...이재용 회장에겐 APEC 직후 전달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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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0월 30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삼성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이날 오전 사업지원TF 임원 회의에서 용퇴 선언과 함께 사업지원TF 박학규 사장에게 정식 조직으로 격상될 사업지원실을 이끌어 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 회장과는 10월말 11월초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직후, 거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른 시점에서 후진 양성 위해 정현호 부회장이 퇴진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박학규 신임 실장(사장)은 기존 정현호 부회장이 사용해 온 삼성전자 서초사옥 39층의 집무실을 그대로 이어받는다.
박 사장을 위시해 사업지원TF 주창훈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경영진단팀장으로, 삼성전자 경영진단실장 최윤호 사장은 삼성전자 사업지원실 전략팀장으로 보직을 바꿔달았다. 또한 사업지원TF 문희동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피플 팀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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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첫번째부터 시계방향으로, 박학규 사장, 최윤호 사장,문희동 부사장, 주창훈 부사장. |
"미전실 복원 아냐"...세대교체, 조직쇄신은 빨라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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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의 미니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2017년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체제가 7일로 막을 내리고, '사업지원실'로 새롭게 문패를 바꿔달았다. |
정 부회장이 지난 8년간 이끌어 온 삼성전자 사업지원 TF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삼성은 지난 2016년 말~2017년 초 국정농단 사건으로 미전실을 해체한 후, 2017년 11월 인사, 재무 기능만 포함한 사업지원 TF를 만들었다. '재무통'인 정 부회장은 장기간 이어진 이 회장의 검찰 조사와 재판 리스크로 인한 총수 공백사태에 대응해 조직 안정 및 관리에 주력해 왔다.
주목되는 점은 정 부회장 용퇴와 함께 TF 조직인 사업지원실 격상작업이 동시에 전개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미전실 복원으로 가는 수순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 측은 "사업지원TF와 사업지원실 간에 역할 변동은 없다"며 미전실 복원설을 일축했다. "인사, 재무, 경영진단 외에 대관, 금융, 법무, 홍보 등은 여전히 제외된 상태로, 과거 미전실과는 기능적으로나, 실제 계열사에 대한 컨트롤 권한 등에 있어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과거 2017년 이 회장 스스로 미전실을 해체한 만큼, 실제 복원까지는 그에 준하는 경영상 결단과 무게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의 용퇴와 함께 세대교체 및 조직 재정비 작업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달 말로 예상되는 삼성 사장단 인사와 계열사 임원 인사를 통해 온전한 의미에서의 '이재용 시대 개막'을 위한 세대교체, 조직 쇄신이 연쇄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새 미니 컨트롤타워 수장은 박학규...반도체 이해도 높아
박학규 신임 사업지원실장(사장)은 1964년생으로 청주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경영과학 석사를 받았다.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재무와 경영지원업무를 두루 거쳤다. 과거 미전실에서 경영진단팀장 부사장(2014년 5월∼2017년 3월)으로, 재무·전략분야를 담당했다. 2017~2020년 삼성SDS 사업운영총괄 부사장을 거쳐 지난 2020년 반도체(DS)부문 경영지원실장을 맡으며 사장으로 승진했다. 반도체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전언이다. 2022년부터는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무 전략을 총괄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사업지원TF를 담당하며 반도체 사업 지원 기능을 총괄해 왔다. 반도체 업황이 슈퍼사이클(초호황기)로 진입하면서, 박 실장 역할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권준호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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