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
|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인공지능(AI) 빅테크 8곳의 시가총액이 지난 1주일 1조2000억달러(약 1752조원) 사라졌다. AI 거품론과 중국의 거센 추격이 대대적인 조정을 부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 |
미국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들이 지난 4월 이후 최악의 1주일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인 ‘상호관세’를 발표해 기술주들이 일시적으로 조정장에 진입했던 4월과 달리 이번에는 팔란티어 분기 실적 발표가 기술주 급락 방아쇠를 당겼다.
1주일 동안 시총 1752조원 날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8개 핵심 AI 기술주들이 지난 1주일 동안 시가총액 1조2000억달러(약 1752조원)를 날렸다.
8개 핵심 AI 종목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메타플랫폼스, 아마존, 테슬라, 그리고 팔란티어와 오라클이다.
팔란티어는 이날까지 나흘째 하락세가 이어지기는 했지만 낙폭이 1%에 못 미칠 정도로 진정되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AI 대장주 엔비디아는 장중 4%가 넘는 하락세를 보이는 등 고전을 이어갔고, 연일 사상 최고를 기록하던 알파벳도 3% 가까이 하락했다.
사상 최초로 시총 5조달러 시대를 연 엔비디아는 1주일여 남짓한 기간에 시총을 5000억달러 가까이 잃었다.
팔란티어가 3일 장 마감 뒤 깜짝 실적을 공개했지만 높아진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고, 여기에 영화 ‘빅쇼트’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가 팔란티어와 엔비디아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대규모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자 AI 관련 기술주들이 급락세로 돌아섰다.
AI 기술주들이 급락하면서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은 지난 4월 트럼프가 ‘해방의 날’이라며 대대적인 상호관세를 발표해 10% 폭락한 뒤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하게 됐다. 낙폭이 5%에 육박할 전망이다.
AI 거품
롬바르드 오디어 투자운용의 거시 부문 책임자 플로리안 이엘포는 “AI 관련 자본지출이 막대하다”면서 “이들은 점점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어 2000년대 기술주 거품의 의문스러운 투자 광풍을 연상시킨다”라고 우려했다.
알파벳과 산하 구글, 아마존, 메타는 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 3분기 자본지출 규모가 112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막대한 자본지출을 자체 자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부담스럽자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도 나섰다.
셧다운과 미 경제 둔화
여기에 미 거시 경제 둔화 조짐이 겹치면서 AI 거품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일시 정지)으로 이날까지 두 달째 미 고용동향이 발표되지 않고 있지만 민간 고용 지표로 볼 때 고용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미 소비자들의 자신감은 후퇴하고 있다. 미시간대의 11월 소비자심리 예비치는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토머스 라이언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노동 시장 둔화에 미 연방 정부 셧다운이 겹치면서 거시 경제 환경이 안 좋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로 38일째를 기록하며 역대 최장 셧다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미 셧다운으로 핵심 경제 지표들이 발표되지 않으면서 시장은 거시 경제 상황에 대한 ‘감’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특히 노동 시장은 9월부터 둔화 조짐을 보였던 터라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높다. 시카고연방은행 추산에 따르면 미 고용은 10월까지 6개월 연속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AI 거품 논란이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즈덤 투자그룹의 마이크 지그몬트는 “아마도 경기 침체 위험이 우리 코 앞까지 다다랐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턱 밑까지 추격한 중국
미 AI를 더 어렵게 하는 것은 중국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이 결국 AI 경쟁에서 미국에 승리할 것이라면서 현재 중국은 AI에서 미국에 ‘나노초’ 차이까지 따라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7일에는 엔비디아가 최신 AI 반도체인 블랙웰의 대중 수출용 반도체를 판매할 수 없을 것으로 비관했다.
중국의 AI는 무서운 속도로 미국을 따라잡고 있다.
알리바바가 후원하는 베이징의 ‘문샷 AI’는 최근 ‘키미(Kimi) K2 사고’ 모델을 공개했다. 훈련에 500만달러도 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이 AI 모델은 저비용으로 고성능 AI를 개발해 미국을 추격하는 중국 AI의 현주소다.
일부에서는 키미 공개를 연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R-1 챗봇 발표 당시와 같은 충격을 몰고 오는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AI 개발자 플랫폼 ‘허깅 페이스’ 공동 창업자 토머스 울프는 소셜미디어에서 키미에 관해 “또 다른 딥시크 모멘트일까?”라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