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3배 가까이 증가...운수업체 배당 덩달아↑"
"협약서 20년째 그대로...제도 개선·일부 노선 공영제 검토도"  |
| 지난 5월 27일 서울 중구 서울역 버스승강장에서 시민들이 시내버스를 타고 있다. 뉴시스 |
[파이낸셜뉴스] 지난 2004년 도입 이후 20년간 유지된 '버스 준공영제'가 적자부담에 비해 공공성이 오히려 후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보조금이 3배 가까이 오르는 동안 운수업체들의 이익은 커졌지만 시민에 돌아온 이익은 적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위험성이 공공에 집중되는 비대칭 구조를 지속할 수 없다며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1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버스 준공영제 20년 서울시 개편안 분석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버스 준공영제는)최근 뚜렷한 공공서비스 개선 없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해 버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며 "준공영제라는 시스템을 제대로 바꾸지 않으면 현재의 버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운송수입의 적자분을 전액 보전하는 '총괄적자 보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승객이 줄어도 버스가 운행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적자가 발생하면 그 손실액을 공공에서 부담하는 방식이다.
경실련이 승객이 급감한 코로나 시기를 분석한 결과, 3000억원 수준이었던 적자는 2020년 6784억원, 2021년 7489억원 2022년 8571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서울시의 재정지원금 역시 2021년 4561억원, 2022년 8114억원, 2023년 8915억원 등으로 급증하며 평균 3000억원 수준에서 3배 가량 증가했다.
반면 버스사업자의 이윤과 배당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2023년에는 894억원으로 최대치를 갱신했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2022년은 이전보다 당기순이익이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도 보였다는 분석이다.
경실련은 "버스준공영제의 운영 구조상 2019년 이후 급증한 재정보조금이 사실상 고착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민과 서울시의 재정 부담은 커져가는데, 실질적 수혜자인 민간 버스사업자는 아무런 경영책임을 지지 않은 채 기득권적 이익을 보장받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역시 과도한 적자부담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재정 지원 방식을 '사후정산'에서 '사전확정'으로 전환했다. 다음 해 총수입과 총비용을 미리 정해 차액만큼만 지원해 운수업체의 자발적인 노력을 유도한다는 목표다.
경실련은 "근본적 개혁이 아닌 기술적 조정 수준에 머물러, 재정누수와 공공성 왜곡의 구조적 문제가 반복될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며 "준공영제의 공공과 민간의 혼합 장점은 이미 파산됐고 공공주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운송수입의 증감과 관계없이 표준운송원가에 따라 산정된 운영비 전액을 버스사업자에게 보전하고 있다. 경실련은 원가 기준을 차량 대신 운행거리로 책정하고 각 노선별 운행비용과 요금수입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예산 항목 수립 과정부터 사용·결산까지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년간 도입 당시 그대로 남아있는 협약서 역시 정기적인 개정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실련은 "협약을 법률·조례 수준에서 제도화해 공공이 실질적 통제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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