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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의 알파벳 지분 매입, AI 거품론 잠재울까

파이낸셜뉴스 2025.11.16 03:00 댓글 0

[파이낸셜뉴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2018년 5월 7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AP 뉴시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2018년 5월 7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AP 뉴시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올해 말 은퇴를 앞두고 투자자들에게 큰 선물을 줬다.

버핏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버크셔해서웨이가 14일(현지시간) 장 마감 뒤 공시에서 지난 3분기 알파벳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고 밝힌 것이다.

은퇴를 앞둔 버핏이 이 투자를 주도했는지, 아니면 버핏의 뒤를 이을 차기 CEO 그레그 에이블이 주도했는지는 모르지만 버크셔는 월스트리트의 대표적인 장기 투자자라는 점에서 이번 알파벳 지분 확보가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이는 알파벳은 물론이고 거품론으로 고전하는 인공지능(AI) 관련주 전반에도 ‘신임 투표’ 통과와 같은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4일 공개된 3분기 투자 포트폴리오에 따르면 버크셔는 3분기 중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 보통주(A주)를 1780만주 넘게 매수했다.

금액으로는 49억달러어치에 이른다.

버크셔가 지난 분기에 알파벳 주식을 사들였다는 소식에 알파벳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1.27달러(4.07%) 급등한 288.25달러로 치솟았다.

알파벳 주가가 올해 전체로는 51.3%, 3분기에는 37% 급등했지만 버크셔는 사들였다.

주식이 가치에 비해 싸지 않으면 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버핏의 버크셔가 매수에 나섰다는 것은 지금의 알파벳 주가가 미래 성장성을 감안할 때 높지 않다고 버크셔가 결론을 냈다는 뜻이다.

버크셔는 3분기에 애플 지분 매각을 지속해 4180만주를 더 팔았다. 2개 분기 연속 애플 지분을 매각했다.

애플 지분 매각이 지속되면서 2년 전 74%에 이르던 애플의 포트폴리오 비중이 지금은 21%로 떨어졌다. 다만 여전히 버크셔의 애플 보유 주식 규모는 2억3800만주, 금액으로는 649억달러로 포트폴리오 내 1위 종목이다.


버핏과 작고한 찰리 멍거 당시 부회장은 2019년 연례 주주총회에서 알파벳 주식을 진작에 사놓지 않은 것을 크게 후회했다.

버핏과 멍거는 알파벳 주식을 일찌감치 사놓지 않은 탓에 “낭패를 봤다”면서 버크셔 자회사들을 통해 구글의 광고 효과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구글 광고가 매우 효율적이고 수익성 높은 사업모델이라고 극찬했다.

멍거는 알파벳에 투자하지 않아 “망쳤다”고 말했고, 버핏은 더 일찍 투자할 수도 있었는데 그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후회했다.


알파벳을 비롯한 AI 종목들은 지난 1주일 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

팔란티어가 10일 장 마감 뒤 실적 발표를 하기 전까지는 사상 최고 행진을 하던 AI 관련주들이 이튿날 돌연 급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팔란티어가 깜짝 실적을 공개했지만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AI 거품론’이 대두했기 때문이다. 영화 ‘빅쇼트’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는 자신의 자산운용사 사이언 공시를 통해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주가 하락에 대규모로 베팅했다고 밝혀 AI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 충격으로 주요 AI 종목들은 1주일 전체로 급락했다. 테슬라가 5.9%, 오라클이 6.8% 폭락했고, 팔란티어와 메타플랫폼스는 각각 2.2%, 2.0% 하락했다. 알파벳도 1.0% 하락했다.

다만 엔비디아는 1주일 전체로는 1.1%, 마이크로소프트(MS)는 2.7% 상승하는 등 주간 단위 상승세를 보인 종목들도 일부 있다.

주말인 지난 14일 AI 매도세가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관련 종목들이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버크셔의 알파벳 매수 호재까지 겹친 덕에 당분간 ‘AI 거품론’은 큰 위력을 떨치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AI 거품에 대한 우려가 불식된 것은 아니지만 투자에 신중하기로 유명한 버크셔가 사상 최고 주가 수준인 알파벳에 선뜻 투자했다고 하는 점이 시장의 AI 트레이드 불씨를 다시 살릴 것으로 보인다.

기관 투자가들과 개미 투자자들 모두 알파벳과 AI 투자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지만 AI 거품론의 근거인 AI 관련 종목들의 높은 밸류에이션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투자자들이 경계의 끈을 놓지는 않을 전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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