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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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신장위구르 지역의 강제노동 의구심 속에 토마토 페이스트 수출 길이 막히면서 넘치는 토마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8월 13일(현지시간) 멕시코의 한 토마토 농장. 로이터 연합 |
중국이 넘치는 토마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의 최대 토마토 수출 시장인 이탈리아가 중국산 토마토 페이스트 수입을 차단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이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강제 노동을 통해 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는 이탈리아의 의구심이 중국산 토마토 페이스트 수출에 직격탄을 날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중국의 토마토 수출이 타격을 입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글로벌 토마토 가공산업과 교역 규모를 추적하는 토마토뉴스에 따르면 중국의 토마토 페이스트 재고는 현재 60만~70만t에 이른다. 약 6개월 수출 물량이다.
중국의 토마토 페이스트 수출 규모는 올 3분기 전년동기 대비 9% 감소에 그쳤지만 유럽연합(EU) 서부 지역 국가들에 대한 수출은 무려 67% 급감했다. 특히 이탈리아가 수입을 76%나 줄였다.
토마토뉴스 사장 마틴 스틸웰은 “유럽은 (중국에는) 확실하게 수출하기 힘든 곳이 됐다”고 말했다.
중국 세관 통계에 따르면 대 이탈리아 토마토 가공품 수출 규모는 올들어 9월까지 1300만달러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같은 기간 7500만달러가 넘던 것에 비해 83% 급감했다.
수출이 급감한 것은 신장 지역의 강제 노동 의혹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중국 서부 신장 지역에서는 최근 수년 토마토 수확과 가공이 급격하게 늘었다. 자국 농민들을 보호하려는 이탈리아를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에 좋은 핑곗거리가 되면서 이들의 무역장벽이 높아졌다.
특히 파스타의 나라 이탈리아는 농민 단체의 반발도 겹치면서 수입을 대폭 줄였다.
이탈리아 농민단체 콜디레티(Coldiretti)는 중국산 토마토 페이스트가 자국산의 반값도 안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이탈리아에서 토마토 씨가 마를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또 일부 이탈리아 업체들이 원산지 표기를 조작한 것도 중국산 수입 감축으로 이어졌다.
토마토 페이스트 등으로 파스타 소스 등 소비자들이 곧바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완제품 판매 세계 1위인 이탈리아 토마토 가공업체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서 중국산 토마토 페이스트가 이탈리아산으로 허위 표기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2021년에는 이탈리아 카라비니에리 경찰이 주요 토마토 가공공장을 급습해 중국산 페이스트가 들어있지만 “100% 이탈리아산”이라는 표지가 붙은 토마토 페이스트 캔을 t 단위로 압수했다.
이탈리아산 원재료만을 사용하는 토마토 가공업체 ‘무띠’의 프란체스코 무띠 최고경영자(CEO)는 “이는 중요한 승리”라고 환호했다.
토마토는 17세기 명나라 시대에 중국에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관상용으로 키우다가 이후 식품으로 자리잡았다.
중국에서는 ‘외국 가지(판치에·番茄)’ 또는 ‘서양 붉은 감(시홍쓰·西紅?)’이라는 이름으로도 부른다.
중국은 무슬림 거주 지역인 신장위구르를 저비용, 수출 중심의 토마토 페이스트 생산 기지로 만들었다. 대형 국영기업들이 그 중심이다.
이들 대형 국영기업 가운데 한 곳은 신장위구르 지역 통치를 보조하는 준군사조직인 '생산건설병단(PCC)' 자회사다. 강제노동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미국은 2021년 강제노동에 대한 우려로 신장 지역 토마토 페이스트 수입을 금지했다.
지난해 영국 BBC 다큐멘터리에서는 일부 위구르 수형인, 수용소 재소자 등이 강제로 토마토를 수확하고, 이 토마토가 이탈리아를 거쳐 영국 슈퍼마켓 진열대에 쌓이고 있다는 내용이 방영되기도 했다.
토마토뉴스에 따르면 중국의 토마토 페이스트 생산은 급격히 늘고 있다. 2021년 480만t이던 것이 지난해 1100만t으로 130% 폭증했다.
토마토뉴스의 스틸웰은 유럽 수요가 붕괴함에 따라 중국의 올해 토마토 페이스트 생산량은 절반 넘게 급감해 370만t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판로가 확보될 것이라고 믿었다면 재고를 늘렸겠지만 중국도 판매가 어렵다고 판단해 생산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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