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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50% 폭락'의 악몽…"하락세 언제까지"

파이낸셜뉴스 2025.11.18 07:49 댓글 0

비트코인 한달 새 20% 넘게 하락.. 투자자들 공포감 커져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불과 한 달 전에 12만6000달러를 돌파했던 비트코인이 한 달 사이 20% 넘게 하락했다. 시가 총액으로는 약 6000억 달러(약 877조원)이 증발했다. 이는 장기 보유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과 반감기 사이클에 대한 우려,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 가격은 미국 현지시간 16일 9만3714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 10월 6일 기록했던 12만6251달러에서 크게 떨어진 수치다. 이후 17일 아시아 시장에서는 9만5000달러 선을 회복하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주류 포트폴리오 편입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일가의 지지 등 우호적인 환경은 유지됐으나, 자금 흐름은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00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장기 투자자, 이른바 '고래'들이 상당량의 비트코인을 현금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트래티지(전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같은 비트코인 투자 기업들의 주가 또한 하락해 보유 가치에 근접한 수준이 됐다. 이는 시장이 더 이상 비트코인에 대한 프리미엄을 부여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암호화폐 데이터 기업 낸센의 분석가 제이크 케니스씨는 "이번 매도세는 헤지펀드의 차익 실현, 기관 자금 유출, 거시경제 불확실성, 레버리지 롱 포지션의 청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디지털 자산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 '반감기 사이클'을 지목하고 있다. 반감기는 약 4년 주기로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에도 반감기를 기점으로 투기적 호황이 나타난 뒤 1년에서 1년 6개월 후 급락하는 패턴이 반복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2017년 반감기 당시 1만3000% 이상 급등해 주목받았으나, 이듬해 75% 폭락하는 등 호황과 불황의 순환을 거듭해왔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전 사이클에서는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반감기 이후 약 1년간 이어지는 가격 상승기에 보유 물량을 집중적으로 매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사이클 역시 2024년 4월 반감기를 거쳐 1년 6개월 뒤인 올해 10월 최고점에 도달했다. 그러나 일부 외신들은 자금력이 풍부한 매수자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현재 상황에서도 과거의 시나리오가 유효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비트와이즈 자산운용의 매튜 후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사람들이 4년 주기의 반복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또다시 50% 하락을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이들이 시장을 미리 빠져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CNBC에 따르면 업계 전문가들은 두 단계에 걸친 하락세를 예측했다. 거시경제 요인에 따른 초기 매도세 이후 강제 청산으로 인한 급락이 뒤따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디지털 자산 솔루션 기업 헥스 트러스트의 알레시오 콰글리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월 10일 발생한 청산 사태가 전환점이었다고 언급했다. 당시 대규모 청산으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소멸했다. 그는 이를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 상실이 아닌 유동성 재설정"이라고 규정하며, 이로 인해 시장이 기반을 다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레스토 리서치의 피터 정 리서치 책임자는 "10월 10일 급락 이후 나타난 유동성 부족과 4년 강세 주기가 끝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거시경제적 악재 또한 하락 압력을 더하고 있다. 오는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되고 미국 정부의 장기 셧다운 가능성 등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디지털 자산 금융 서비스 기업 해쉬키의 팀 선 수석 연구원은 긴축 정책이 특히 ETF에 큰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그는 "비트코인 ETF가 승인 직후 1000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모았지만, 거시 유동성 긴축으로 기관 자금 유입이 현저히 둔화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도 일부 장기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통화 가치 하락, 인플레이션, 장기적인 통화 팽창에 대한 위험 회피 수단으로 여전히 간주하고 있다.


CNBC와 인터뷰한 전문가들 대다수는 현 침체 국면이 단기간에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들은 이번 위기가 과거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콰글리니 CEO는 "이번 조정 국면이 당분간 지속돼 7만달러대 초반까지 시험받거나 일시적으로 그 이하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2022년과 같은 신용 전염이나 연쇄 부실, 시스템 실패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시장이 안정되면 향후 12개월에서 18개월 내에 비트코인이 새로운 최고가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피터 정 책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 타이밍을 예측하기보다 체계적인 계획에 따라 소액을 꾸준히 매수하는 '달러 코스트 에버리징(적립식 분할 투자)' 방식을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뉴스에 의존한 단기 거래 대신 "기본적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이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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