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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화 생활경제부 |
새벽배송 심야작업 제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산업계와 노동계, 소비자 사이의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 안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과로와 사고 위험을 줄이고 최소한의 휴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는 타당하다. 문제는 해법이다. '심야배송 전면 중단'이라는 극단적 접근이 지속 가능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새벽배송은 이미 단순한 편의서비스의 범위를 벗어났다. 국내에서 새벽배송을 경험한 인구가 수천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맞벌이 가정과 1인가구, 육아가정의 시간 기반 생활구조를 떠받치는 생활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밤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받아볼 수 있다는 '시간 확장'은 소비자의 일상 설계방식을 바꿨다. 새벽배송 중단은 하루 일정이 아니라 장보기, 식사 준비, 육아·출근 동선까지 생활방식 전반을 흔들 수 있다.
업계는 심야배송 제한이 곧바로 가격 인상과 서비스 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물류 운영이 지연되면 폐기·보관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배송 지연과 품질 저하가 반복되면 소비자의 신뢰 하락으로 시장 전체의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단순한 시간 조정이 아니라 시장 구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심야배송 제한은 단순한 속도 조절이나 서비스 축소 차원의 논의가 아니다. 노동자 보호와 산업 지속성이 충돌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문제는 지금의 논의가 '멈춰야 한다 vs 유지해야 한다'는 이분법에 갇히며 현실적 개선책을 모색할 여지를 좁히고 있다는 점이다. 교대제 조정·인력 확충·자동화 투자 등 개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극단적 선택을 전제로 한 논의가 이어진다면 남는 것은 갈등 심화뿐이다.
새벽배송 논쟁의 핵심은 배송 속도가 아니다. 안전 확보와 공급망 유지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다. 새벽배송은 생산자·물류·플랫폼·소비자를 잇는 연결구조 위에 있어 한 단계를 멈추는 방식은 시스템 전체 균형을 흔들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중단과 유지만을 두고 겨루는 이분법이 아니라 노사·정부·업계가 현실적 개선안을 함께 설계하는 과정이다. 속도를 멈추지 않고 안전을 높일 해법은 존재한다. 정책의 역할은 멈춤이 아니라 조정의 기술이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지금 필요한 이유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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